이하연 명인의 김치철학

기품있는 김치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이하연 명인

명인의 김치철학은?

김치는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고 자연과 함께 만들어가는 음식입니다.
김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과 온도가 만들어내죠. 불을 쓰지 않지만 ‘익었다’는 표현을 쓰는 음식은 김치 하나 뿐입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온도가 어울려 김치를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김치는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음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김치에는 첨가물이나 조미료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치를 담그는 이유는?

음식점을 오래하면서 손님에게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김치를 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치 하나만은 내가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 먹었죠.

김치란 게 참 이상해서 담글수록 신비로웠습니다. 재료와 양념에 따라 수백 가지의 조합이 생겨나고 익히는 정도에 따라 또 맛이 달라지죠. 이런 신비로움이 지금까지 김치를 담그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중국김치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해서, 파오차이는 김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음식, 전혀 다른 음식입니다. 파오차이는 배추나 무를 소금물에 절인 뒤 고온에서 끓여 식힌 다음 중국 술 바이주와 산초, 팔각, 매운 고추, 생강, 설탕을 혼합해 절인 음식입니다.

2~3일 정도만 재우기 때문에 먹는 방법도 만드는 방법도 상이할 뿐더러 유산균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우리 김치와 크게 다릅니다. 김치가 유산균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음식이라면 파오차이는 발효를 최대한 억제하는 피클 같은 음식입니다.

한식의 세계화?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치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거기에 맞춰 김치종주국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많은 일을 해두었습니다. 김치는 이제 고유명사가 되었으며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됐습니다.

아무리 중국에서 우겨봐야 소용이 없죠. 2013년 유네스코가 김장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또 2017년에는 문화재청에서 김치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했고, 2020년에는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고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이는 김치를 담글 때 최소한 11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22가지 효능을 내기 때문인데 그만큼 우리나라의 김치는 경기도 김치, 전라도 김치, 경상도 김치 등 지역마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과 그 효능이 다양해 각 생산업체의 김치들에도 그 특색이 있습니다.

김치의 소비를 늘리려면?

아이들이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김치가 맛이 없기 때문이죠. 이는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김치에 관한 교육을 시키는 것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일본의 어린 학생들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죠. 우리도 김치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러분들이 생활 속에서 김치를 드시는 걸 자주 보여준다면 김치의 세계화는 더 빠르고 바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다면 내 손으로 평생 먹을 김치를 담아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김치의 세계화

저는 김치의 세계화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김치는 대표적으로 제3의 맛을 가진 발효음식인 데다가 제1의 맛인 짠맛과 제2의 맛인 양념 맛도 가지고 있거든요.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2030년에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장수국으로 등극한다는 전망을 내놓았잖아요. 저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에서도 김치가 가장 최고라고 봐요.

김치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산 김치의 품질 수준을 높이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가끔 중국산 김치와 가격경쟁을 하려고 하는 업체도 있는데, 그러면 수준이 떨어져 경쟁력에서 뒤진다고 봐요. 특히, 식당업을 하시는 분들은 중국산 김치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식당은 주인이 김치 하나만 맛있게 잘 담가도 다른 식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데, 식당에서 김치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치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김치를 담그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 식당에서 김치 하나만큼이라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어야 하고, 외식업을 하는 분들은 주인이 직접 김치를 담그지 못하더라도 잘 담근 한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은 식당에 갔을 때 김치가 맛이 없으면 먹지 않고, 김치 자체를 불신하게 돼요. 식탁에 나온 김치를 먹지 않게 되면 결국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김치는 맛있는 것을 내놓고, 소비자들은 식탁에 나온 김치는 잘 드셨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 맛있는 김치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고, 맛없는 김치만큼 맛없는 음식이 없지요. 따라서, 김치를 만들 때는 좋은 재료에 각별한 신경 써야 해요. 김치 협회 차원에서 한국김치 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